통화정책 운영체제

Monetary Policy Regime

중앙은행은 역사적으로 경제구조의 변화, 금융시장의 발달 정도 등에 따라 다른 형태의 통화정책 운영체제를 도입해 왔다. 통화정책 운영체제는 명목기준지표(nominal anchor)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통화정책체계의 구성요소 중에서 최종목표나 정책수단 등은 어느 나라에 있어서나 본질적으로 비슷하며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개 정도의 문제라 할 수 있지만, 통화정책 수행에 있어 어떤 명목기준지표가 적합한지는 각국의 경제구조와 금융시장 발달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상당히 큰 차별성을 갖기 때문이다. 여기서 명목기준지표란 중앙은행이 최종목표와 연관성이 높다고 생각하여 중점 관리하는 명목변수를 의미한다.

통화정책 운영체제는 명목기준지표를 통화량, 환율, 물가상승률 중 어느 것으로 하는지에 따라 각각 통화량목표제(monetary targeting), 환율목표제(exchange rate targeting),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로 나뉘어진다. 일각에서는 기존 통화정책 운영체제의 대안으로 명목GDP목표제(nominal GDP targeting) 등과 관련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쉽게 이해하기

통화정책 운영체제는 중앙은행이 어떤 숫자 하나를 '닻'으로 정해 두고 그 숫자를 지키는 방식으로 정책을 꾸려 가는 틀입니다. 이 닻을 영어로 앵커(anchor)라 부르고, 어떤 숫자를 닻으로 고르느냐가 곧 각 방식의 이름이 됩니다.

닻이 필요한 까닭은 물가 같은 최종목표가 정책의 결과로 늦게, 여러 요인에 섞여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목표와 함께 움직인다고 보는 숫자를 하나 골라 공개적으로 관리합니다. 사람들이 그 숫자가 지켜질 것이라 믿으면 임금이나 가격을 정할 때 물가가 크게 뛰지 않는다고 전제하게 되고, 그 믿음 자체가 물가를 붙들어 줍니다. '명목'은 물건의 양이 아니라 원·달러 같은 돈 단위로 잰 값이라는 뜻입니다.

나라마다 물가를 안정시키려 하고 금리나 공개시장조작 같은 비슷한 수단을 쓰니, 정책의 겉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진짜 갈림길은 어떤 숫자를 믿고 따라갈 것인가입니다. 돈의 양과 물가의 관계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환율이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금융시장이 얼마나 발달해 금리 변화가 경제 곳곳에 잘 전달되는지는 나라의 처지에 따라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세 방식은 각자 기대는 조건이 다릅니다. 돈의 양을 닻으로 삼는 방식은 통화량이 늘어난 만큼 물가가 오르는 관계가 안정적일 때 잘 듣지만, 새 금융상품이 늘어 그 관계가 흐트러지면 힘을 잃습니다. 환율을 닻으로 삼는 방식은 작은 개방경제가 물가가 안정된 큰 나라 통화에 환율을 묶어 그 나라의 신뢰를 빌려 오는 대신, 금리를 자기 사정에 맞게 정하기 어려워집니다. 물가상승률 자체를 목표로 공표하는 방식은 중간 숫자 없이 결과를 직접 겨냥하고, 그 대신 여러 지표를 보며 판단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이 물가안정목표제를 써 오고 있습니다.

기존 방식의 대안으로 일각에서 거론되는 명목GDP목표제는 물가상승률과 실질성장률을 합친 명목GDP 증가율을 닻으로 삼자는 생각입니다. 유가가 뛰어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꺾이는 충격이 오면 두 숫자가 서로 상쇄되므로, 물가만 보고 지나치게 돈줄을 죄는 일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예를 들면

어느 나라가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삼는다고 합시다. 유가가 뛰어 물가상승률이 3%로 오르고 실질성장률은 2%에서 1%로 떨어지면, 물가안정목표제 아래에서는 목표보다 1%포인트 높은 물가 때문에 정책금리를 올리라는 압력을 받습니다. 같은 나라가 명목GDP 증가율 4%(실질성장 2% + 물가 2%)를 목표로 삼았다면, 충격 뒤에도 1% + 3% = 4%로 목표와 같으므로 금리를 그대로 둘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사례이며, 실제 사안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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