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안정화장치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정책의 효율성을 점검해야 하며, 효율성이 입증되었다고 해도 경기상황에 대한 정보수집과 예측, 정책입안, 입법절차 등을 거쳐 실제로 정책을 시행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정책시행에 있어서도 준칙을 따를 것인가 재량에 의존할 것인가도 정책의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이 적극적인 경제정책은 여러 가지 한계와 어려움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일부 경제학자들은 수동적인 자동안정화장치를 경제정책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하였다. 자동안정화장치의 대표적인 예로는 누진세를 꼽을 수 있다.

누진 세제는 경기가 침체할 때 추가적인 입법 과정 없이 자동으로 조세부담을 줄여 경기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일 때는 과세표준이 늘어나 조세부담이 커지면서 경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나 실업보험제도 등도 자동안정화장치의 예이다. 자동안정화장치는 이처럼 경기변동의 폭을 자동으로 완화해 주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여 완전고용 상태로 가는 과정을 더디게 하는 단점도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소득세가 늘어나 소비지출이 줄고 실업수당의 지급이 줄어들면서 정부지출이 감소하여 총수요의 증가가 일부 상쇄되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하기

자동안정화장치는 정부가 새로 결정하지 않아도 경기가 나쁠 때는 돈을 풀고 좋을 때는 거둬들이도록 미리 짜여 있는 제도입니다. 실내가 더우면 저절로 냉방을 켜는 온도조절기처럼 경기와 반대 방향으로 스스로 움직입니다.

이런 장치가 주목받는 까닭은 일부러 하는 정책이 늦기 쉽기 때문입니다. 불황을 알아차리고, 대책을 짜고, 국회를 거치는 사이 몇 달이 흐르고, 그사이 경기가 이미 돌아서면 뒤늦은 부양이 오히려 과열을 부를 수 있습니다. 그때그때 판단하는 재량 대신 미리 정해 둔 규칙대로 돌아가는 장치는 이 지연을 건너뜁니다.

대표적인 예가 소득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매기는 누진세입니다. 불황에 소득이 줄면 낮은 세율 구간으로 내려가 세금이 소득보다 더 큰 비율로 줄고, 손에 남는 돈이 덜 줄어 소비가 버팁니다. 호황에는 거꾸로 세금이 소득보다 빨리 늘어 과열을 식힙니다. 실업보험은 해고가 늘수록 지급액이 저절로 늘어 소득이 끊긴 사람의 소비를 받쳐 줍니다.

다만 이 브레이크는 경기가 살아날 때도 걸립니다. 소득이 늘면 세금이 더 빨리 늘고 실업급여는 줄어들어, 일하려는 사람 대부분이 일자리를 얻는 완전고용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뎌집니다. 경기의 출렁임을 줄여 줄 뿐 없애지는 못한다는 점도 한계입니다.

예를 들면

소득 4,000만 원까지는 10%, 넘는 부분은 20%를 매기는 세금이 있다고 합시다. 소득 6,000만 원인 사람의 세금은 400만 + 400만 = 800만 원이고 남는 돈은 5,200만 원입니다. 불황으로 소득이 4,000만 원으로 3분의 1 줄면 세금은 400만 원으로 절반이 되고, 남는 돈은 3,600만 원으로 약 31%만 줄어듭니다. 정부가 아무것도 새로 하지 않았는데도 소비에 쓸 돈의 감소가 소득 감소보다 작아집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사례이며, 실제 사안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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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재정 안정과 사회보장1 / 8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