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
금융회사들이 정상적인 자금중개기능을 수행하고,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신뢰가 유지되는 가운데 금융인프라가 잘 구비되어 있어 금융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금융안정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물가안정이나 경제성장과 함께 반드시 달성되어야 하는 정책목표의 하나로서, 각국 정책당국은 이를 이루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금융안정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이다. 금융자유화, 국제화 등 세계적인 금융혁신의 확대와 금리·주가·환율의 변동성 증대, 금융기관간 경쟁 심화 등으로 특정 금융기관 및 금융시장의 불안이 전체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지게 되면서 금융안정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1990년대 초 북유럽 3국의 금융불안, 1994년 멕시코, 1997년 아시아의 금융위기,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 등 국제적인 금융시스템 불안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이러한 불안이 다른 국가로 확산되는 국제적 전염효과까지 나타나면서 금융안정은 정책당국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적인 금융불안과 실물경제 침체라는 전례가 드문 충격을 가져오면서 각국 정책당국과 시장참가자에게 금융안정의 중요성과 정책수단의 개발 필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1년 9월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책무를 명시적으로 부여받았다.
쉽게 이해하기
금융안정은 돈을 맡기고 빌리고 주고받는 흐름이 끊기지 않고, 사람들이 그 흐름을 믿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은행이 예금을 모아 필요한 곳에 빌려주는 일이 제대로 돌아가고, 맡긴 돈을 언제든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며, 돈을 주고받는 결제망 같은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는 세 가지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물가나 성장과 나란히 정책목표가 되는 이유는, 금융이 막히면 멀쩡한 기업도 운영자금을 구하지 못해 생산과 고용을 줄이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안정돼 있어도 금융에서 시작된 위기가 경기를 크게 꺾을 수 있으니, 어느 하나만 지켜서는 경제가 오래 건강하게 클 수 없습니다.
금융이 불안해지면 왜 한 곳에서 끝나지 않을까요? 은행은 맡은 돈의 대부분을 오래 빌려주고 일부만 현금으로 두므로,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으러 오면 건전한 은행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한 곳이 흔들린다는 소식은 다른 곳에 대한 믿음까지 깎고, 금융회사들이 서로 돈을 빌려주고 받는 사이라 손실도 연결된 곳으로 옮겨 갑니다. 규제가 풀리고 국경을 넘는 돈이 늘면서 이 연결이 촘촘해졌고, 한 나라의 위기가 다른 나라로 번지는 일까지 잇따랐습니다.
2008년 위기는 금융회사 하나하나가 건전한지만 살펴서는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겼고, 전체를 보는 새로운 정책수단을 찾게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1년 법을 고쳐 한국은행이 통화신용정책을 펼 때 금융안정에도 유의하도록 그 책임을 명시했습니다.
예를 들면
A은행이 예금 10조 원을 받아 8조 원은 몇 년짜리 대출로 빌려주고 2조 원은 현금과 국채로 들고 있다고 합시다. 평소에는 하루에 빠져나가는 돈이 많지 않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쁜 소문이 돌아 예금자의 30%가 한꺼번에 돈을 찾으면 3조 원이 필요해 2조 원으로는 모자랍니다. 대출을 서둘러 회수하거나 자산을 싸게 팔아야 하고, 같은 자산을 가진 다른 은행까지 손실을 입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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