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안정펀드
채권시장안정펀드란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경색됨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채권이나 기업어음 발행을 통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2008년 11월에 만들어진 펀드이다. 동 펀드에는 국내은행, 증권사, 보험사들이 출자하여 5조원의 펀드를 조성하였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당시 잠재적으로 금융시스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취약부문이 발행하는 채권(중소기업 P-CBO, 건설사 ABCP 및 일부 대기업의 회사채)을 우선적으로 매입함으로써 취약부문에 자금을 선제적으로 공급하였고 은행 및 카드사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은행채나 카드채도 일부 매입하였다. 특히 동 펀드에 대한 자금 출자로 금융기관의 유동성 부족이 우려됨에 따라 한국은행은 동 펀드에 출자한 금융기관에 대해 출자금액의 50%까지 자금을 지원하였다.
당시 신용 경색으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동 펀드는 직접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을 개선하고 취약부문의 자금난을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2020년 4월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재가동되었고, 2022년 10월에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단기자금시장 불안에 대응하여 재가동되기도 하였다.
쉽게 이해하기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는 금융시장이 얼어붙어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사려는 사람이 없을 때, 금융회사들이 돈을 모아 그 채권을 대신 사 주는 펀드입니다. 시장이 다시 돌아갈 때까지 빈 매수 자리를 메우는 비상 장치입니다.
이런 장치가 필요한 까닭은 기업이 만기가 된 채권을 대개 새 채권을 팔아 갚기 때문입니다. 위기 때 모두가 돈을 움켜쥐는 신용경색이 오면 새 채권이 팔리지 않아, 멀쩡한 회사도 빚을 못 갚는 처지에 몰리고 그 충격이 금융회사로 번집니다. 은행 대출을 거치지 않고 투자자에게 직접 채권을 팔아 돈을 구하는 길, 곧 직접금융시장이 막히는 셈입니다.
펀드는 무너지기 쉬운 곳의 채권부터 샀습니다. P-CBO는 혼자서는 채권을 팔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채권을 한데 묶고 보증을 붙여 만든 증권이고, 건설사 ABCP는 부동산 개발 대출이나 공사대금 같은 자산을 근거로 발행한 기업어음입니다. 약한 고리가 먼저 끊기면 위기가 번지므로 그곳에 먼저 돈을 넣은 것입니다.
돈을 낸 금융회사가 오히려 현금이 모자라게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채권을 직접 사는 대신 출자한 금융회사에 출자액의 절반까지 자금을 대 주어 뒤를 받쳤습니다. 이 펀드는 한 번 쓰고 끝나지 않고, 코로나19 때와 2022년 단기자금시장 불안 때처럼 시장이 다시 막힐 때마다 다시 꺼내 쓰였습니다.
예를 들면
A사는 이달 만기인 회사채 500억 원을 새 회사채를 팔아 갚으려 했지만, 시장이 얼어붙어 사겠다는 곳이 없습니다. 이때 채안펀드가 새 회사채 500억 원을 사 주면 A사는 옛 빚을 갚고 버틸 수 있습니다. 이 펀드에 1,000억 원을 낸 B은행은 현금이 빠듯해지면 한국은행에서 출자액의 50%인 500억 원까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