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어음
환어음은 발행인이 직접 어음금액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제3자인 지급인에게 일정한 금액의 지급을 위탁하는 형식의 지급위탁증권이다. 따라서 환어음은 발행인 이외에 지급인이 있어야 하며 지급채무를 확정지우기 위해서는 별도로 지급인의 인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약속어음과 차이가 있다.
그러나 엄격한 요식증권으로서 어음법상의 어음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약속어음과 동일하다.
쉽게 이해하기
환어음은 돈을 낼 사람이 스스로 갚겠다고 약속하는 대신, 다른 사람에게 '이 증서를 가진 이에게 얼마를 내주라'고 지시해 두는 증서입니다. 그래서 등장인물이 셋입니다. 증서를 만드는 발행인, 실제로 돈을 내도록 지시받는 지급인, 그리고 돈을 받는 사람입니다.
이런 방식은 멀리 떨어진 사람끼리 현금을 옮기지 않고 대금을 치르는 데 쓰여 왔습니다. 무역이 대표적입니다. 수출업자는 수입업자나 그 거래은행을 지급인으로 하는 환어음을 만들어 자기 은행에 넘기고 대금을 먼저 받을 수 있고, 은행은 그 증서를 해외로 보내 돈을 거둬들입니다.
다만 발행인이 지시했다고 해서 지급인이 바로 빚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남이 써 준 종이 한 장 때문에 의무가 생긴다면 지급인으로서는 억울하기 때문입니다. 지급인이 증서에 인수한다고 서명해야 비로소 만기에 갚을 책임이 생깁니다. 지급인이 인수를 거절하면 증서를 가진 사람은 발행인 등 앞선 서명자에게 돈을 청구하게 됩니다.
약속어음은 발행인이 '내가 갚겠다'고 직접 쓰는 증서라 지급인이 따로 없고 인수 절차도 필요 없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형식이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금액, 만기, 지급지 등 법이 정한 기재사항을 갖추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어음으로서 효력이 없습니다(일부 항목은 법이 대신 채워 주는 규정이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도 종이만 보고 권리를 판단할 수 있게 하려는 장치입니다.
예를 들면
수출업자 A가 미국 수입업자 B에게 10만 달러어치 물건을 보내면서 'B는 90일 뒤 이 증서를 가진 사람에게 1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환어음을 발행합니다. A는 이 어음을 거래 은행에 넘겨 대금을 미리 받고, 은행은 어음을 B에게 보냅니다. B가 인수 서명을 하면 90일 뒤 10만 달러를 갚을 의무가 확정되고, B가 서명을 거절하면 은행은 A에게 그 돈을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