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시점처리제도
실시간 총액결제시스템에서 금융기관의 이체지시는 신청 즉시 처리되는 것이 원칙이나 어음교환, 타행환 등의 차액결제와 같이 거래 성격상 다수 금융기관 간에 일괄결제가 필요한 거래는 영업시간중 특정시점에 처리하고 있는데 이를 지정시점처리제도라 한다. 자금의 이체지시를 영업시간 중에 건별로 실시간 처리하는 실시간총액결제방식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지정시점처리제도는 다수의 참가기관이 서로 연결되는 대량의 거래를 특정시점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참가기관들이 예측가능하고 효율적인 자금관리를 할 수 있고 결제에 필요한 유동성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지정시점에 모든 참가기관이 결제를 이행한다는 보장이 없어 별도의 결제리스크 관리방안이 구비되어야 한다. 현재 한은금융망에서는 11시(금융기관 간 차액결제가 이루어지는 타행환, CD공동망, 은행지로, 직불카드, CMS, 지방은행공동망, 전자금융공동망, 어음교환 등), 11시 5분(1일물 콜자금 상환), 14시(국고금 수납자금 회수) 등의 지정처리시점을 설정·운영하고 있다.
쉽게 이해하기
지정시점처리제도는 중앙은행 결제망에서 대부분의 이체는 들어오는 즉시 처리하되, 여러 금융기관이 한꺼번에 정산해야 하는 일부 거래만 하루 중 정해 둔 시각에 모아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원칙은 '바로바로', 예외는 '정해진 때 한꺼번에'입니다.
왜 굳이 시각을 정해 묶을까요? 고객들이 은행 사이에 보낸 송금이나 카드 결제는 하루 동안 쌓인 뒤 은행끼리 서로 줄 돈과 받을 돈을 맞비겨 차액만 정산합니다. 이 차액은 수십 개 은행이 동시에 주고받아야 맞아떨어지므로, 하나씩 따로 처리할 수 없고 모두가 같은 순간에 결제해야 합니다.
시각이 미리 정해져 있으면 은행은 그때까지 결제 계좌에 얼마를 채워 둬야 할지 알고 자금을 짤 수 있습니다. 또 서로 주고받을 돈을 맞비기고 남은 차액만 오가므로, 거래마다 전액을 보낼 때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결제가 끝납니다.
약점은 모두가 그 시각에 돈을 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 은행이 차액을 내지 못하면 그 돈을 받기로 한 다른 은행들의 결제까지 줄줄이 막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담보를 미리 받아 두거나 모자란 돈을 나눠 메우는 규칙처럼, 누군가 결제를 못 할 때를 대비한 장치를 따로 갖춰야 합니다. 하루 몇 차례의 지정시각은 이런 차액결제나 전날 빌린 콜자금 상환처럼 일정이 정해진 대량 거래에 맞춰 둡니다.
예를 들면
하루 동안 A은행 고객이 B은행으로 보낸 송금이 500억 원, B은행 고객이 A은행으로 보낸 송금이 470억 원이었다고 합시다. 건마다 따로 결제하면 970억 원이 오가야 하지만, 지정시각에 맞비겨 처리하면 A은행이 B은행에 30억 원만 보내면 됩니다. A은행은 그 시각 전까지 결제 계좌에 30억 원 이상만 채워 두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