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부채(채무)
과거에 발생한 원인은 있으나 채무의 확정이 미래 불확실한 사건의 발생 여부에 달려있는 잠재적 의무를 의미한다. 또한 현재의무라고 하더라도 이를 이행하기 위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원을 지출할 가능성이 높지 않거나 지출 가액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
예를 들면 대출약정, 지급보증, 계류 중인 소송사건 등이 이에 속한다. 즉 우발채무는 지급가능성, 채권자, 지급시기, 금액 등 불확실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재무제표에서 부채로 반영하지 않고 주석으로 기재한다.
우발부채(채무)는 매입채무, 차입금 등과 같이 채권자·지급시기·금액이 정해진 확정부채가 아니지만, 퇴직급여충당금 등 충당부채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충당부채는 결산일에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의무가 명백히 존재하고 금액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발부채와는 확실하게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사건의 패소가능성은 우발채무에 속한다.
쉽게 이해하기
우발부채는 아직 갚을 빚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면 회사가 돈을 내야 할 수도 있는 '숨은 빚'입니다. 빚이 생길 씨앗은 이미 과거에 뿌려졌는데, 그 씨앗이 실제 빚으로 자랄지는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달려 있습니다. '우발'은 우연히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흔한 사례를 보면 구조가 보입니다. 남의 대출에 보증을 서 준 회사는 그 사람이 제때 갚으면 한 푼도 안 내지만, 못 갚으면 대신 갚아야 합니다. 소송을 당한 회사는 이기면 그만이고 지면 배상금을 냅니다. 은행이 고객에게 필요할 때 일정 한도까지 빌려주겠다고 약속해 두었다면, 고객이 꺼내 쓰는 순간 돈이 나갑니다. 셋 다 약속이나 사건은 이미 있지만 돈이 나갈지는 나중에 갈립니다.
의무가 이미 생긴 경우라도 실제로 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거나, 얼마가 될지 믿을 만하게 셀 수 없다면 역시 우발부채로 분류합니다. 이렇게 누가, 언제, 얼마를 받을지 흐릿한 금액을 장부의 부채 칸에 숫자로 올리면 오히려 재무상태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무상태표에는 넣지 않고 재무제표 뒤에 붙는 설명 글인 주석에 적어 둡니다. 투자자가 회사의 숨은 부담을 알려면 표의 숫자만이 아니라 주석까지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비슷해 보이는 두 부채와 견주면 경계가 분명해집니다. 외상값이나 빌린 돈은 상대와 날짜와 금액이 다 정해진 확정부채입니다. 판매한 제품의 무상 수리비처럼 결산 시점에 갚을 의무가 뚜렷하고 금액을 꽤 정확히 어림할 수 있는 것은 충당부채로 보아 장부에 미리 부채로 잡습니다. 우발부채는 그 두 조건을 채우지 못한 단계입니다. 그래서 같은 소송도 결과가 불투명할 때는 주석에만 적다가, 질 가능성이 이길 가능성보다 커지고 배상액을 어림할 수 있게 되면 충당부채로 장부에 올라갑니다.
예를 들면
A회사가 30억 원을 물어내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습니다. 1심 결과가 나오기 전이고 변호사도 이길지 질지 장담하지 못한다면, A회사는 재무상태표의 부채를 늘리지 않고 주석에 '손해배상 소송 계류 중, 청구액 30억 원'이라고만 적습니다. 이듬해 1심에서 지고 항소해도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서 배상액이 20억 원쯤으로 추정되면, 그때 20억 원을 충당부채로 장부에 올립니다. 같은 일이 '가능성'에서 '부담할 의무'로 바뀌는 순간 표 안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