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이클
경제주체의 위험추구 성향, 신용담보로 제공되는 실물자산의 가치변동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금융변수들의 종합적인 순환변동을 의미한다. 금융사이클 측정에는 BIS(국제결제은행)에서 제시하고 있는 실질 민간신용총량, 민간신용/명목GDP 비율, 비핵심부채(예금은행 총부채 - 원화예수금) 비중 등이 활용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1980년부터 2021년까지 분기단위 민간신용총액을 이용하여 금융사이클을 측정한 결과, 금융사이클의 평균주기는 24.5분기로 실물사이클(14.5분기)에 비해 더 긴 것으로 분석되었다.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간 동조화 관계는 2000년 들어 크게 강화되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동조화 관계가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이해하기
금융사이클은 빚과 집값 같은 금융 쪽 숫자들이 함께 불어나는 시기와 줄어드는 시기가 길게 번갈아 나타나는 흐름입니다. 경기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것을 경기순환(실물사이클)이라 부르듯,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쪽에도 나름의 오르내림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 흐름은 사람들의 마음과 담보 값이 서로 밀어주는 고리에서 생깁니다. 집값이 오르면 그 집을 담보로 더 많이 빌릴 수 있고, 위험을 무릅쓰려는 마음도 커져 빌린 돈이 다시 집을 사는 데 들어가 집값을 더 밀어 올립니다. 거꾸로 담보 값이 떨어지면 빌릴 수 있는 돈이 줄고 다들 몸을 사리면서 빚을 줄이고 자산을 팔아, 값이 더 떨어집니다.
그래서 금융사이클을 잴 때는 주로 빚의 양을 봅니다. 물가 오름을 걷어 낸 민간 빚의 크기, 경제 규모에 견준 빚의 비율이 대표적입니다. 은행이 원화 예금이 아닌 데서 끌어온 돈(비핵심부채)의 비중도 봅니다. 예금만으로는 대출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빌려줄 때 은행은 채권 발행이나 해외 차입처럼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돈에 기대게 되므로, 이 비중이 커지면 신용이 과열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금융사이클은 경기순환보다 깁니다. 한국은행 분석에서 한 번 오르내리는 데 평균 6년 남짓(24.5분기)이 걸려, 3년 반 남짓(14.5분기)인 경기순환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그래서 경기가 한 번 꺾였다 살아나는 동안에도 빚은 계속 쌓일 수 있고, 경기만 보고 있으면 금융 쪽에서 커지는 위험을 놓칠 수 있습니다.
두 사이클이 함께 움직이는 정도도 시기마다 달랐습니다. 2000년 이후 한동안은 빚의 오르내림과 경기의 오르내림이 꽤 맞물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뒤에는 그 짝이 느슨해졌습니다. 둘이 따로 갈 수 있다는 뜻이므로, 경기와 별도로 금융사이클을 지켜봐야 할 이유가 됩니다.
예를 들면
어느 나라의 GDP가 1,000조 원이고 민간 빚이 1,500조 원이면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150%입니다. 몇 년 뒤 GDP가 10% 늘어 1,100조 원이 되는 동안 빚이 32% 늘어 1,980조 원이 되면 비율은 180%로 올라갑니다. 경제보다 빚이 훨씬 빨리 불어나는 이런 국면이 금융사이클의 상승기이고, 이 비율이 꺾여 내려오기 시작하면 하강기로 접어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