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통화제도
관리통화제도는 금본위제도와는 달리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직접 조절하여 경제를 안정시키는 제도이다. 금본위제도에서는 국가가 보유한 금의 양에 따라 통화 발행이 제한되며, 통화의 가치는 금에 의해 보장되었다.
한편 관리통화제도에서는 중앙은행이 금과 같은 실물자산의 보유 규모와 관계없이 물가안정, 경기 조절, 환율 관리 등을 목적으로 통화 공급을 유연하게 조절한다. 이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조정, 공개시장운영, 지급준비율 변경 등 주요 정책수단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거나 경기를 조절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은 관리통화제도로 전환하였으며, 이에 따라 각국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운영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쉽게 이해하기
관리통화제도는 돈을 얼마나 풀지를 금고 속 금의 양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판단으로 정하는 제도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지폐는 금으로 바꿔 주겠다는 약속이 없고, 중앙은행이 물가와 경기를 보며 양을 조절한다는 믿음으로 가치가 유지됩니다.
그 전의 금본위제에서는 지폐가 일종의 금 보관증이었습니다. 은행에 가져가면 정해진 양의 금으로 바꿔 줘야 했으므로, 금이 늘지 않으면 돈도 늘릴 수 없었습니다. 덕분에 돈을 함부로 찍기는 어려웠지만, 1930년대 대공황처럼 경기가 얼어붙어 돈이 필요할 때도 풀 수 없어 물가와 생산이 함께 무너지는 일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윤전기를 돌려 지폐를 마구 찍는 것은 아닙니다. 주로 은행끼리 돈을 빌리는 단기 금리의 목표를 정하고, 은행과 채권을 사고팔아 시중에 도는 돈의 양을 그 목표에 맞춥니다. 은행이 예금 가운데 쌓아 둬야 하는 몫을 바꿔 대출 여력을 늘리거나 줄이기도 합니다. 결국 돈의 값과 양을 함께 움직여 경기가 너무 달아오르면 식히고, 가라앉으면 받쳐 주는 방식입니다.
유연한 대신 대가도 있습니다. 금이라는 족쇄가 없으니 돈의 가치는 중앙은행이 돈을 절제해서 풀 것이라는 신뢰에만 기댑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중앙은행을 정부에서 독립시키고 물가안정을 첫째 목표로 법에 적어, 정치적 이유로 돈이 과하게 풀리는 것을 막으려 합니다.
예를 들면
금 100톤을 가진 나라가 금 1톤당 10억 원어치만 지폐를 낼 수 있다면, 돈은 최대 1,000억 원을 넘을 수 없습니다. 불황이 와도 금을 더 캐거나 들여오기 전에는 돈을 늘릴 길이 없습니다. 관리통화제도에서는 중앙은행이 경기가 식었다고 판단하면 은행이 가진 국채 50억 원어치를 사들이고 그 대금을 은행에 넣어 줄 수 있고, 이 50억 원은 금 보유량과 상관없이 새로 시중에 풀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