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KO
환율이 특정 구간(barrier)에 도달하는 경우 옵션이 발효(KI; Knock-In)되거나 소멸(KO; Knock-Out)되는 조건이 부과된 비정형적인 통화옵션 상품이다. 2000년대 중반, 많은 중소기업들이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KIKO상품을 활용하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KIKO상품을 활용한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였다(키코사태).
당시 수출기업이 이용하였던 KIKO의 구조는 풋옵션 매입과 콜옵션 매도를 결합하되, 옵션기간 중 환율이 KI 상한 이상으로 상승하면 콜옵션 매도의무가 발효되고 KO 하한 이하로 하락하면 풋옵션이 소멸되도록 하였으며, 환헤지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콜옵션의 약정금액을 통상 2배로 하였다. 이에 따라 환율이 KI 상한과 KO 하한 사이에서 변동하는 경우에는 미리 약정한 환율(또는 시장환율)에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꿀 수 있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기업들은 금융위기 이전 환율이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KIKO를 통해 환위험을 헤지하였으나, 금융위기 발생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KI 상한에 도달하여 콜옵션 매도가 발효되고 KIKO를 이용한 기업들은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되었다.
쉽게 이해하기
KIKO는 수출기업이 환율 하락에 대비해 은행과 맺던 통화옵션 계약으로, 환율이 미리 정한 선을 건드리면 계약 내용이 갑자기 바뀌는 상품입니다. 이름은 Knock-In(들어옴)과 Knock-Out(나감)의 머리글자로, 선에 닿는 순간 없던 옵션이 새로 생기거나 있던 옵션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보통의 옵션과 달리 이런 조건이 붙어 있어 비정형(이색) 옵션으로 분류됩니다.
달러로 수출대금을 받는 기업은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로 바꾼 돈이 줄어듭니다. 이를 막는 정석은 달러를 정한 값에 팔 권리, 곧 풋옵션을 사는 것이지만 그 값(프리미엄)을 내야 합니다. KIKO는 기업이 거꾸로 은행에 콜옵션(달러를 정한 값에 사 갈 권리)을 팔아 받은 돈으로 그 값을 메우게 짜여 있었습니다. 콜옵션 쪽 금액을 두 배로 잡은 것도 기업이 따로 낼 돈을 0에 가깝게 만들려는 장치였고, 그래서 겉으로는 공짜 보험처럼 보였습니다.
문제는 보호가 좁은 구간에만 있었다는 점입니다. 환율이 두 선 사이에 머무는 동안에는 시장 환율이 약속 환율보다 낮을 때 약속 환율로, 높을 때 시장 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어 보험이 제대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환율이 아래 선까지 떨어지면 풋옵션이 사라져, 정작 보호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보험이 없어집니다. 반대로 위 선까지 오르면 기업은 시장보다 싼 약속 환율로 은행에 달러를 팔아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됩니다. 이득은 막혀 있고 손실은 위쪽으로 열려 있는 셈입니다.
2008년이 바로 그 위쪽 손실이 터진 경우입니다. 기업들은 환율이 크게 움직이지 않으리라 보고 계약했지만,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 위 선을 훌쩍 넘었습니다. 기업은 수출로 버는 달러의 두 배를 약속 환율에 넘겨야 했고, 모자란 달러는 비싸진 시장에서 사 와야 했습니다. 환율이 오를수록 손실이 불어났고, 많은 중소 수출기업이 이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았습니다. 이 일을 흔히 키코사태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면
어느 수출기업이 약속 환율 1달러=1,000원, 아래 선 900원, 위 선 1,100원으로 KIKO를 맺었습니다. 풋옵션은 매달 100만 달러, 콜옵션은 그 두 배인 200만 달러입니다. 만기 때 환율이 950원이면 100만 달러를 1,000원에 팔아 시장보다 5,000만 원을 더 받습니다. 그런데 그전에 환율이 880원까지 떨어졌다면 풋옵션은 이미 사라져, 880원에 팔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이 1,400원으로 치솟으면 위 선을 넘었으므로 200만 달러를 1,000원에 넘겨야 합니다. 수출대금 100만 달러로 절반을 채우고 나머지 100만 달러는 1,400원에 사 와야 하니, 그것만으로 4억 원의 현금 손실이 나고, 시장에서 팔았을 때보다 받는 돈은 모두 8억 원이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