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Tapering

미국은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 이후 큰 경기 후퇴를 겪게 되는데 이를 대공황에 빗대어 대침체(great recession)라고 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미 연준은 대침체에 빠진 미국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정책금리를 거의 영(zero)에 가깝게 낮추는 통화정책을 운용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진작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국채 및 MBS를 직접 매입(자산매입프로그램)하여 대차대조표를 확대함으로써 장기금리를 낮추려는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이를 양적완화정책(quantitative easing policy)이라 한다. 2013년 5월 당시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의회 증언에서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하여 향후 중앙은행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이때 이후 자산매입규모를 점차 줄여가는 정책을 양적완화 축소 또는 테이퍼링이라고 부른다. 당시 양적완화축소를 실시할 수 있다는 발언에 미국 뿐 아니라 자본 유출이 우려되는 신흥국에서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상당히 불안해졌었는데 그것을 taper tantrum이라 한다.

이후에도 미 연준은 2020~2021년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대규모 자산매입을 시행한 뒤, 2021년 11월부터 다시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실시한 바 있다. 테이퍼링은 자산매입규모는 점차 줄어들지만 미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계속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대차대조표 자체의 축소(보유자산 매각, 만기도래 채권의 재투자 축소 등)와는 구별된다.

쉽게 이해하기

테이퍼링은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를 단번에 멈추지 않고, 매달 사들이는 양을 조금씩 줄여 가는 것입니다. 영어 taper가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다'라는 뜻이듯, 돈을 푸는 속도를 서서히 늦추는 출구의 첫 단계입니다.

먼저 양적완화를 알아야 합니다. 정책금리를 0 가까이 내려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국채나 주택담보대출을 묶어 만든 증권(MBS)을 시장에서 직접 사들입니다. 채권을 사려는 수요가 커지면 채권값이 오르고 장기금리는 내려가, 집을 사거나 설비에 투자하려고 오래 빌리는 돈의 이자가 싸집니다. 중앙은행은 산 채권 값만큼 돈을 새로 내주므로 가진 자산과 부채가 함께 불어납니다.

테이퍼링은 '돈 풀기가 곧 끝난다'는 신호여서 말만 나와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2013년 미 연준 의장이 매입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자 투자자들은 미국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서둘러 채권을 팔았고, 신흥국에 들어가 있던 돈도 빠져나갔습니다. 실제 축소가 시작되기도 전에 금리가 뛰고 주가가 떨어진 이 소동을 흔히 '긴축 발작'이라 옮깁니다. 2021년 11월 다시 테이퍼링을 시작할 때 미 연준이 몇 달 앞서부터 신호를 보낸 것도 이런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테이퍼링을 긴축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는 양이 줄 뿐 여전히 채권을 사고 있으므로 중앙은행이 가진 자산은 계속 늘어납니다. 달리는 차의 가속 페달에서 발을 조금씩 떼는 것이지 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아닙니다. 가진 채권을 팔거나 만기가 된 채권 대신 새 채권을 사지 않아 자산을 실제로 줄이는 것은 그다음 단계로, 따로 구별합니다.

예를 들면

중앙은행이 매달 1,200억 달러어치 채권을 사다가 테이퍼링을 시작해 매달 150억 달러씩 줄인다고 합시다. 매입액은 1,050억, 900억, 750억 달러 … 150억 달러로 줄고, 8번째 달에 0이 됩니다(1,200 ÷ 150 = 8). 이 기간에 새로 사들인 채권은 1,050 + 900 + 750 + 600 + 450 + 300 + 150 = 4,200억 달러여서, 매입을 줄이는 동안에도 보유자산은 4,200억 달러 더 늘어납니다. 보유자산이 줄기 시작하는 것은 매입을 멈춘 뒤 만기 채권을 다시 사지 않거나 팔 때부터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사례이며, 실제 사안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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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통화정책의 수단6 / 8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