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비가역성
소비행태를 설명하는 상대소득가설은 소비가 현재소득 이외에도 과거의 최고 소득수준 또는 타인의 소비수준과 같은 상대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현재소득이 과거의 최고 소득수준에 비해 작아지더라도 소비자는 소비를 소득감소에 비례하여 줄이지 않고 이보다 작은 폭으로 줄이게 되는 소비의 비가역성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소비의 비가역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톱니효과(Ratchet effect)는 단기적으로 소득이 변동할 경우 한계소비성향은 일정하지만 평균소비성향은 낮아지는 소비행태를 설명하는 핵심요소로 작용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소득이 늘어날 경우 평균 및 한계소비성향이 같아지는 장기소비 행태도 설명 가능하다.
참고로 상대소득가설에서 타인의 소비수준에 영향을 받는 현상인 전시효과(Demonstration effect)도 장단기 소비행태를 설명하는데 유용한 개념이라 하겠다.
쉽게 이해하기
소비의 비가역성은 소득이 줄어도 한번 늘어난 씀씀이는 그만큼 쉽게 줄지 않는 성질입니다. 월급이 올라 키운 생활비를, 월급이 깎였다고 같은 비율로 바로 줄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비가역'은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는 까닭을 상대소득가설은 소비가 지금 버는 돈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데서 찾습니다. 가장 잘 벌던 때 들인 생활 습관과 기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쓰는 수준이 함께 씀씀이를 붙잡습니다. 형편이 나빠져도 한동안은 저축을 헐거나 덜 모으면서 예전 생활을 지키려 하는 것입니다.
이 성질은 톱니효과라고도 부릅니다. 한쪽으로만 도는 래칫 톱니처럼, 소비는 소득을 따라 올라가다가 소득이 꺾이면 그 높이에 걸려 조금만 내려옵니다. 여기서 소득 가운데 소비하는 몫이 평균소비성향, 소득이 1원 바뀔 때 소비가 바뀌는 크기가 한계소비성향입니다. 예전 최고 소득을 기준으로 한 기본 씀씀이가 버티고 있으니, 단기에는 소득이 1원 바뀔 때 소비가 움직이는 크기는 같아도 소득이 낮을 때 소비하는 몫이 높고 소득이 회복될수록 그 몫이 내려갑니다.
반면 소득이 꾸준히 늘어 최고 기록이 계속 새로 쓰이는 긴 기간에는 소비도 소득과 같은 비율로 따라 오르므로, 두 성향이 같아집니다. 남의 소비를 보고 내 씀씀이가 커지는 전시효과도 같은 가설에서 나온 생각으로, 이웃에 맞추려는 마음이 소비를 끌어올리는 쪽을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가장 많이 벌던 해에 월 400만 원을 벌어 320만 원을 썼다면 평균소비성향은 0.8입니다. 다음 해 소득이 300만 원으로 줄었을 때 비율대로라면 240만 원으로 줄여야 하지만, 단기 한계소비성향이 0.5라면 소비는 100만 원 × 0.5 = 50만 원만 줄어 270만 원이 되고, 평균소비성향은 270 ÷ 300 = 0.9로 오릅니다. 소득이 350만 원으로 회복되면 소비는 25만 원 늘어 295만 원, 평균소비성향은 약 0.84로 다시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