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증권화
Securitization
금융의 증권화(Securitization)란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채권(loan claim) 등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매매 가능한 유가증권 형태로 전환하는 자산유동화를 지칭한다. 자산유동화(ABS; Asset-Backed Securities)는 기초자산을 자산보유자로부터 분리·집합(pooling)하여 현금흐름 등을 조정하는 구조화 과정과 신용보강을 거쳐 유동화 증권을 발행·매각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자산유동화증권은 법적 성격 및 기초자산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명칭이 붙는데, 모기지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한 증권을 주택저당증권(MBS),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한 증권을 CLO(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한 증권을 CBO(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 자동차 할부금융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한 증권을 auto loan ABS라고 부른다.
쉽게 이해하기
금융의 증권화는 은행이 가진 대출처럼 쉽게 팔 수 없는 자산을 누구나 사고팔 수 있는 증권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대출을 만기까지 들고 있는 대신, 그 대출에서 나올 이자와 원금을 받을 권리를 잘게 나눠 투자자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은행이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내주면 그 돈은 오랫동안 묶입니다. 이런 대출을 증권으로 만들어 팔면 은행은 지금 현금을 손에 쥐고 다시 새 대출을 내줄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원래는 살 수 없던 은행 대출에서 나오는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묶여 있던 자산에 유동성, 곧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성질을 붙여 준다는 뜻에서 '자산유동화'라고 부릅니다.
만드는 과정의 첫걸음은 자산을 원래 주인에게서 떼어 내는 것입니다. 보통 이 일만 하는 회사를 따로 세워 대출을 넘기는데, 그래야 은행이 나중에 망해도 투자자 몫의 대출이 은행 빚을 갚는 데 쓰이지 않습니다. 비슷한 대출을 수천 건씩 한 묶음으로 모으면 몇 건이 떼여도 전체 현금흐름은 비교적 고르게 유지됩니다. 그다음 현금을 먼저 받는 몫과 나중에 받는 몫으로 순서를 나누고, 보증이나 여유 담보를 덧대 손실 위험을 줄여 더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 팝니다.
이름은 묶음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알려 줍니다. MBS의 M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CLO의 L은 대출(Loan), CBO의 B는 채권(Bond)을 뜻합니다. 기초자산에 따라 위험의 모양이 달라서, 이름만 보고도 투자자는 무엇을 사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실한 주택대출을 묶은 MBS에서 크게 번졌는데, 대출을 팔아 넘길 수 있게 되자 처음 빌려줄 때 깐깐하게 심사할 이유가 줄어든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예를 들면
어느 은행이 건당 2억 원짜리 주택담보대출 5,000건, 모두 1조 원을 갖고 있다고 합시다. 이 대출을 유동화만 맡는 회사에 넘기고, 그 회사가 대출자들이 갚는 원리금을 재원으로 1조 원어치 MBS를 발행해 투자자에게 팝니다. 은행은 1조 원을 다시 손에 쥐어 새 대출을 내줄 수 있고, 투자자는 대출자들이 매달 갚는 원리금을 나눠 받습니다. 대출자의 1%인 50건이 연체하더라도 손실을 후순위 몫이 먼저 떠안도록 짜 두면, 선순위 증권은 더 안전한 증권으로 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