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스티걸법
Glass-Steagall Act
미국 의회가 제정한 법으로 공식 명칭은 「1933년 은행법(Banking Act of 1933)」이다. 민주당 상원의원 카터 글래스(Carter Glass)와 민주당 하원의원 헨리 B.
스티걸(Henry B. Steagall)이 공동으로 제안하였기 때문에 통상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이라 불린다. 은행들의 고객 자산을 이용한 방만한 투자행위가 1929년의 주가폭락과 그에 이은 금융위기 및 대공황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됨에 따라 ‘은행개혁’과 ‘투기규제’를 목적으로 동 법이 제정되었다.
동 법의 핵심 내용은 기존 은행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으로 구분하고 이들의 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업은행은 증권의 발행 및 인수가 금지되고 증권 관련 자회사 보유도 금지되었으며, 투자은행은 일반인으로부터 예금을 받을 수 없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간에 임직원의 겸직이 금지되었다.
또한 동 법을 통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를 설립하여 연방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하고 금융에 대한 연방준비제도의 통제를 강화하였으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설치하였다. 동 법 시행 이후 미국에서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영역이 엄격히 분리되어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메릴린치 등은 투자은행으로,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시티뱅크 등은 대형 상업은행으로 성장하였다.
동 법에 대해서는 경쟁을 제한하여 금융산업의 비효율성을 초래하였다는 부정적 평가와 수십 년에 걸친 미국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기여하였다는 긍정적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1999년 11월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기조와 월스트리트 상업은행들의 로비력이 맞물리면서 ‘상업은행의 증권 관련 자회사 보유’ 및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임직원 겸직’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그램-리치-블라일리법(Gramm-Leach-Bliley Act)이 제정됨으로써 글래스-스티걸법의 핵심 조항은 폐지되었다.
원문 바로잡기
보충“글래스-스티걸법의 핵심 조항은 폐지되었다”
1999년에 폐지된 것은 은행과 증권회사의 계열 관계와 임원 겸직을 막은 제20조와 제32조입니다. 은행의 증권 업무를 제한한 제16조와 증권회사의 예금 수취를 금지한 제21조는 고쳐진 형태로 지금도 효력이 있습니다.
쉽게 이해하기
글래스-스티걸법은 예금을 받는 은행과 주식·채권 장사를 하는 회사를 서로 다른 회사로 갈라 놓은 1933년 미국 법입니다. 정식 이름은 '1933년 은행법'이고, 법안을 함께 낸 두 의원의 성을 따 이렇게 부릅니다.
1920년대 미국 은행들은 예금자에게 맡은 돈으로 주식에 크게 걸었습니다. 1929년 주가가 무너지자 은행이 줄줄이 쓰러졌고 예금자들은 저축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예금자의 돈을 위험한 투자와 섞지 말자'는 교훈을 법으로 박아 둔 것이 이 법입니다.
상업은행은 예금을 받아 대출하는 곳, 투자은행은 기업의 주식·채권 발행을 도와 투자자에게 팔아 주는 곳입니다. 이 법은 두 쪽을 오가는 길을 모두 끊었습니다. 상업은행은 증권을 직접 인수하지도, 그런 일을 하는 회사를 자회사로 두지도 못했고, 거꾸로 투자은행은 예금을 받을 수 없었으며, 한 사람이 양쪽 임원을 함께 맡는 것도 막혔습니다. 어느 한 길만 열려 있어도 예금이 결국 증권 쪽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칸막이만 친 것은 아닙니다. 은행이 망해도 예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하는 예금보험을 도입해, 불안해진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으러 몰려드는 일을 줄였습니다. 또 연방준비제도의 감독 권한을 키우고, 오늘날 미국의 정책금리를 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칸막이 덕분에 수십 년 동안 큰 금융위기가 없었다는 쪽과, 경쟁을 막아 금융업을 굼뜨게 했다는 쪽의 평가가 맞섭니다. 결국 1999년 그램-리치-블라일리법이 은행의 증권 자회사와 임원 겸직을 다시 허용하면서 이 법의 중심 장치는 사라졌습니다.
예를 들면
예금 100억 원을 맡은 은행이 같은 그룹 증권사가 인수했다가 팔지 못한 주식 20억 원어치를 예금으로 사 준다고 합시다. 주가가 반 토막 나면 10억 원 손실이 예금자 돈에서 생깁니다. 글래스-스티걸법 아래에서는 은행이 증권사를 거느릴 수 없으니 이런 거래 통로가 처음부터 막히고, 그래도 은행이 망하면 예금보험이 예금자를 보호합니다.